2021-02-01
  • 학원과 선행학습이 대학 가는 길 방해할 수도…
  • 연재ㅣ이치우의 ‘차이나는 입시 클라쓰' 

    학원과 선행학습이 대학 가는 길 방해할 수도… 

     

     

    학원과 선행학습이 대학 가는 길 방해할 수도…_1 

    고3을 대상으로 한 첫 수능 모의평가인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5월21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1교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 끝에 대안학교를 선택한 학부모를 가끔 만난다.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생각보다 적지 않고, 대체로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과정에 만족해한다. 그러나 막상 상급학교 진학을 앞두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한다.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고등학교 옆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ㄱ 학생의 사례를 보자. 매일 아침 일찍 등교해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캄캄한 밤에야 집에 가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ㄱ 학생은 절대로 그런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다. ㄱ 학생의 부모에게 아이의 자율적인 성향을 고려해서 대안 중학교에 진학할 것을 권유했고, 얼마 후 대안 중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중학교 과정을 마칠 즈음 ㄱ 학생 어머니는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대안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대학 진학에서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이를 설득해 다른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녀보지 않았던 터라 기초 학업 역량이 부족할 것 같았다.

     

    중3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수학 학원에 등록하기 위한 사전 테스트를 받았다. 그런데 기초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원에 등록할 수 없었다. 학원은 학습 부진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정 수준 이하의 학생들은 학원조차 다닐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ㄱ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가 중학교 과정의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아 무조건 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학원에 보내야 할지 어떻게 부족한 기초학력을 메울지 막막해했다. 필요 이상으로 학원에 의지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학 입시를 위한 모든 준비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교육과정의 위계상 중학교 과정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으나 반드시 입학 전에 선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시에 비해 수시로 선발하는 비중이 높고 수시모집에서는 학생부 위주로 선발하는 전형이 많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교과 성적과 함께 비교과 성적도 중요한 전형 요소인데, ㄱ 학생에게는 무엇보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의 진로 탐색과 자신의 진로에 맞춘 교과 학습을 3년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진로와 연계된 과목에만 집중하기보다 여러 과목을 고르게 학습하라고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ㄱ 학생은 중3 겨울방학 동안 학원 문턱을 넘진 못했으나, 어머니의 걱정과 달리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순조롭게 적응해나갔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에 다소 당황하고 실망하기는 했으나 학교 수업에 집중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한 만큼 실력이 쌓이고 학교생활에 만족해갔다. ㄱ 학생은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인서울 대학 네 군데에 합격했다. 수능이나 논술 공부에 매진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 요소에 맞춰 학생부를 관리한 결과였다.

     

    반면 ㄴ 학생은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도 대안학교를 졸업했다. 이 학생은 수시모집에서 모두 불합격하고 정시모집으로 인서울 대학에 진학했다. 평소 열심히 준비했던 수능시험에서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어 2등급, 수학 4등급, 영어 1등급, 생활과 윤리 2등급, 사회문화 3등급의 성적을 거두었다. ㄴ 학생은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부터 수능 공부로 전향해 수시와 정시를 병행한 결과였다.

     

    특목고, 자사고, 일반계고, 대안고 등 선택한 고등학교에 따라 대학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고등학교를 선택하면 그곳이 어디든 1학년부터 대입 준비가 시작된다. 구체적인 계획과 긴 일정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해나가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대입은 고등학교에 와서 준비하고 실행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물론 개중에는 고등학교 과정을 당겨 배워도 충분할 만큼 학업 역량이 뛰어난 학생도 있을 것이다. 다만, 중학교 과정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학생에게 선행이란 너무 가혹하다. 이는 부모의 욕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ㄴ 학생처럼 고등학교 2학년 말에 대학 진학을 놓고 전형 요소를 바꾸거나 학습의 방향을 수정할 수도 있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ㄴ 학생이 집 근처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대안 중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중학교 때부터 일반계 고교에 진학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인 이야기이지만, 학생이 자율적으로 대입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학원에 의존하거나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고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목표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걱정과 욕심으로 진학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출처 : 한겨레신문 <이치우의 차이나는 입시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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