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2
  • [메타인지의 핵심] 인출을 통한 장기기억전략
  • [메타인지의 핵심] 인출을 통한 장기기억전략_1

    초등학교 2학년 수업시간. 선생님이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에게 이상한 점을 지적하라고 한다. 한참을 듣던 아이가 손을 번쩍 든다. “단어를 정확하게 읽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무슨 단어를 읽는지 알 수가 없어요.” 선생님은 정확하게 지적한 학생에게 칭찬을 건넸다.

    “내가 정확하게 단어를 읽지 않은 부분은 읽기가 싫어서 건성으로 넘어갔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뜻도 잘 몰라서 그랬죠. 혹시 여러분 중에도 이런 경험이 없나요?

    아이들은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뿌듯한 마음이 들어 책 내용을 다 이해하게 되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건성으로 책을 읽는다면 시간 낭비일 뿐이다. 공부를 한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라면 건성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어떻게 하면 될까. 진짜 공부는 기억에 집어넣기를 반복하기 보다 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꺼내는 활동(인출引出)에 있다. 즉 쪽지시험을 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토론수업이다.

    메타인지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공부의 공부2’(KBS시사기획 창 2014년 7월 14일 방송)를 보면 전교 1등 학생이 방과 후 복습을 하면서 나 홀로 쪽지시험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방금 필기한 내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 학생은 쪽지시험으로 다시 기억을 꺼내보는 것이다. 메타인지 학습법은 이렇듯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짧은 시간의 인출 연습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스위스 철학자이자 발달심리학자인 장 피아제(1896-1980)는 아동의 지식 획득과정은 외부에서 제공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인지 구조를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외부 대상을 변형하고 재구성해 나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피아제는 인지 구조로 스키마를 적용해 설명했다. 학습이란 새로운 정보가 기존의 스키마에 포섭되는 ‘동화(직관적 지능)’와 기존의 스키마를 수정하여 새로운 스키마로 재구성되는 ‘조절(반성적 지능)’을 통해 평형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지식의 획득과정에서 개인마다 자신의 뇌에 이미지로 가지고 있는 개념의 인지구조나 지식의 개념구조가 있다. 이를 배경지식, 사전지식, 선험지식이라고 한다.

    뇌과학에서는 스키마 학습법을 ‘장기기억 전략’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장기기억 학습은 배움과 익힘(學習)의 과정이다. 시연과 조직을 통한 부호화 그리고 흡수한 지식의 연합과 통합을 통한 정교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배움(學)의 과정이다. 여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익힘(習)의 과정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루어진다.

    장기기억을 거친 지식은 원형 스키마, 변형 스키마로 확장된다. 원형 스키마는 개념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 즉 성질, 범위, 공식, 규칙 등 개념을 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변형스키마는 앞서 습득한 원형 스키마의 확장 개념으로 선개념, 보개념, 부개념, 후개념, 짝개념 등과 연결되고 추가되면서 더 큰 범주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할 때 개념간의 연결망이 다양해질 뿐 아니라 견고해진다. 아울러 생각이 연결되면서 학습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반복학습 보다는 반복인출이 학습효과는 뛰어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억을 더 오래 하려면 반복학습(repeated studying)보다는 반복인출연습(repeated retrieval practice)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출연습이란 배운 학습 자료를 쪽지시험을 해 보면서 단순히 복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중학교 3학년 52명을 대상으로 학습과 인출연습 조건에 따라 반복학습과 인출연습 집단으로 나눠 실험을 한 결과 곧바로 시험을 쳤을 때 반복학습 집단(54점)이 인출연습집단(50점)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그러나 1주일 후 결과는 달라졌다. 같은 단답형 시험에서 반복학습 집단은 학습내용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해 점수가 40점으로 떨어졌다. 반면 인출연습집단은 기억을 하고 있어 1주일이 지나도 52점을 기록했다.

    ‘인터넷에 다 있는데…’ 키워드 몇 개를 조합하면 웬만한 지식은 굴비 엮듯 찾아낼 수 있는 시대. 그러나 그 지식이 내 것이 되려면 학습 과정이 필수다. 특히 ‘정보 쓰나미’ 시대에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초등 고학년 시기에 효율적인 학습법을 찾지 못하면 평생 잘못된 학습법으로 헛수고의 쳇바퀴를 돌 수 있다. 반복 학습으로 뇌를 착각에 빠뜨릴 것인가, 메타인지 학습법으로 뇌를 도전에 익숙하게 만들 것인가, 선택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상위 0.1%의 공통능력, 메타인지에 입문할 시기는 다른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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